지방행정연수원에서 발간한 자료에 보면 공무원 직급에서 5급 사무관은 현재의 직급 체계상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아래로는 6급 주사(主事), 7급 주사보(主事補), 8급 서기(書記), 9급 서기보(書記補)가 있고, 위로는 4급 서기관(書記官), 3급 부이사관(副理事官, 2급 理事官, 1급 관리관(管理官)이 자리한다.

정부 부처에는 2006년부터 1~3급까지는 사실상 폐지되고 고위공무원단으로 운영되어 가급, 나급, 다급, 라급, 마급으로 세분하여 운영하고 있다. 가, 나급이 1급에 해당 부처 실장, 본부장, 차관보가 여기에 해당된다.

고시에 합격하여 중앙부처에 임관된 사무관들은 과 단위에서 실제 정책업무 등을 담당하는 실무자이지만, 9급이나 7급으로 출발하여 시도나 시군에서 진급한 사무관들은 중견간부로서 시군에서는 과장으로 임용되어 부서장의 직무를 맡거나 읍면장에 임용되어 일선의 최고위 기관장이 되기도 한다.

사무관이란 명칭은 1895년(고종 32)의 관료제도에서 통상사무관(通商事務官)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이 최초이다. 이후 1949년 11월「공무원임용령」에서 사무관이 공무원 직급으로 채택되었다.

조선시대에는 모든 관료를 9등급 18품계로 구분하였다. 사무관은 조선시대 관리제도에서 정6품(승의랑: 진용교위)에 해당되어 6조 좌랑, 사헌부 감찰, 사간원 정안 등의 직책을 맡았다.

이처럼 ‘사(事)’자를 떼고 ‘관(官)’을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가를 말해 준다. 그래서 보통 사무관을 ‘공직의 꽃’이라고 하며 ‘별’을 달았다고 말하기도 하고 팔자를 고쳤다고도 한다. 이렇듯 사무관 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고시에 합격해서 임용되어도 영광스럽고 기쁜 일이지만 9급이나 7급으로 출발하여 사무관으로 진급할 때는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처우가 달라진다. 급여와 관련하여 기본급, 직급보조비, 명절휴가비, 연가보상비, 초과근무수당, 성과급 등의 증가로 또한 출장비는 서기관과 동일한 수준으로 오르고 공무국외여행에서 등급이 상향 조정되기도 한다. 또한 훈장도 6급 이하는 옥조근조훈장이지만 5급 사무관은 녹조근조훈장을 받는다. 사후 예우까지 달라진다. 제사를 지낼 때 쓰는 지방(紙榜)과 묘비에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에서 ‘학생’이 빠지고 ‘사무관’이 들어간다.

이런 것 때문에 그런지 요즘 예천공무원직장협의회 홈페이지가 재미있다. 예천군의 서기관의 명퇴를 놓고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서기관 중에 그 어떤 사람도 후배와 조직을 위해 아름다운 명퇴를 행동으로 실천하신 분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다수가 6급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하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글 말미에는 ‘아름다운 양보를 하시기를 충심으로 바라는 바입니다.’라고 끝을 맺고 있다.

또 다른 글에서는 명예퇴직을 말한 모 과장에게 ‘선배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제 한분만 약속 지키시면 되시죠?’라고 기술하면서 ‘빠른 결단 기대합니다.’라고 했다.

다산 정약용은 원목(原牧)이라는 글에서 ‘목민관이 백성을 위해서 있는 것인가, 백성이 목민관을 위해서 생긴 것인가?’ 이러한 질문으로 시작하여, ‘목민관이 백성을 위하여 있는 것이다(牧爲民有也)’고 결말을 짓고 있다.

예천군민을 위해서 일 한다고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말할 것이다. 그뜻 그대로 예천군민을 위한다면 9급이면 어떻고, 8급이면 어떤가. 배가 산으로 가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