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놓고 여야 지도부 협상 결렬로 내년 총선 지역구와 선거룰이 한치 앞이 보이는 않는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여야 지도부가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 기준안을 마련키 위해 테이블에 마주 앉아 협상에 돌입했으나 30분만에 이견차만 확인하고 돌아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정계특위 여야간사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도 동석한 6일 오후 2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협상에서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 6일 오후 여야 지도부와 정계특위 간사가 만나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과 관련 협상테이블에 마주않기 전에 서로 인사를 하고 있다. 좌측부터(호칭 생략) 이학재 원유철 문재인 이종걸 김무성 김태년의 순이다.

여야 정개특위는 지난달 그 활동시한이 종료됐지만 여야 지도부의 합의로 오는 13일까지 1개월 연장됐지만 종료 1주여 남긴 시점에서 여야 지도부가 합의를 돌출하지 못하고 있어 내년 총선을 위해 매진해야할 정치 신인들에게는 다소 불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여야 2+2 회동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야당이 비례대표와 지역선거구 숫자를 놓고 수차례 양보를 했는데, 단 한번도 여당은 양보가 없었다”며 “우리는 이제 더 물러설래야 물러설 자리가 없다. 새누리당은 놀부심보, 딱! 놀부심보”라고 이날 회동에서 양보가 없을 것임을 미리 시사했다.

▲ 6일 오후 여야 지도부와 정계특위 간사가 만나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과 관련 협상테이블에 마주않아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기자들을 위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여야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 현행 선거구의 법적 효력이 없어지는 오는 31일까지도 협상 타결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에다. 여야는 정개특위를 가동하고 수개월이 지나도록 협상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국회 정의화 국회의장은 여야 대표들을 불러 협상을 중재하려 자리를 마련했고, 이 자리에서 현행 지역구 의석 246석을 7석 정도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을 그만큼 줄여서 전체 의석을 300석으로 유지한다는 데는 공감했다. 이는 지금까지 야당측이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비례대표를 줄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그 마저도 어떻게 선정하느냐는 ‘선정 방식’ 자체까지를 주장하고 나서 결국 여야 협상은 선정방식을 두고 밀고 당기는 양상으로 치닫고 말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의 특수성 존중해 비례대표 확보를 위한 균형의석제와 석패율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균형의석제란 정당 득표율의 절반에 해당하는 의석은 꼭 차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으로 패배하면 전부 무효표가 되어 버리는 현행 선거제도를 보완하자는 것이다. 이는 사표를 방지할 수 있어, 군소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제도다.

쉽게 말해, 어느 정당의 정당득표율이 10%를 얻었다고 가정할 때 현재는 비례대표 전체 의석 47석 가운데 4석을 할당 받게 된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하는 균형의석제로는 의원정수가 300명이라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해 300석 중에 절반을 확보하는 셈으로 10% 얻은 득표율을 곱하면 ‘10%X300석의 절반’ 15석을 얻게 된다. 여기서 또한 지역구 당선자 수가 15석 이상이면 비례대표를 한명도 받을 수 없지만, 그 이하이면 15석에 못 미치는 의석을 비례대표로 받는다.

이 방식을 현재의 19대 의석수에 적용해보면 154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은 150석, 128석을 획득한 새정치민주연합(전 민주당)은 124석을 얻게 된다. 양당 모두 4석씩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당시 자유선진당은 2석이 늘어 6석이 되고, 통합진보당은 11석에서 6석이 늘어 17석이 돼 군소정당도 국회 상임위에서 제법 입김을 낼 수 있게 된다.

석패율제는 비례대표 순서를 정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즉, 지역구 낙선자 가운데 득표율이 높은 순서대로 비례대표를 배정받도록 하는 제도로,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안한 석패율제를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균형의석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주장은 군소 정당 의석수가 많아지면 국회 정국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지금과 같은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여당 텃밭인 영남에서도 야당 의원수가 늘어 야권이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등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앞서 언급했듯, 오는 13일이면 연장된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마저 끝난다. 때문에 남은 일주일여 동안에 어떻게 해서든 새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여야의 공통분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17대 당시에도 여야가 제한내에 선거구획정을 합의하지 못해 총선을 2개월 남짓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한 전례도 있다며, 여야 협상을 반드시 제한시간에 맞추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면밀히 검토하여 제대로된 선거구획정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야는 내년 총선 예비등록이 시작되는 12월 15일이 선거구획정 시한으로 보고 있다. 정개특위 활동 시한도 연장했지만 여야는 이때까지 새로운 선거구 획정안이 없으면 예비후보 등록부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인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