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은 건조하고, 기온이 낮기 때문에, 감기, 세기관지염, 독감과 같은 바이러스 감염이 걸리기 쉬운 계절이다. 특히, 어린 영, 유아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겨울철에 아이가 세기관지염에 걸려서 고생해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세기관지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바이러스가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respiratory syncytial virus), 흔히 약자로 RSV (혹은 RS 바이러스) 라고 부르는 바이러스 이다.

RSV 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로, 한국과 같은 온대지방에서는 매년 겨울에 (11월-3월) 유행이 일어난다. 만 2세 전까지 대부분의 소아가 한 번 씩은 감염되며, 한 번 걸린 후에도, 다시 감염 될 수 있다.

RSV는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며, 항상 세기관지염 양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첫 감염에서는 코감기와 인두염으로 시작하여, 대게 발열이 동반되며, 1/3 에서 심한 기침, 천명음 (쌕쌕거리는 소리) 등이 나타나는 모세기관지염이나 바이러스성 폐렴이 발생한다. 다시 감염되었을 때는 대게, 증상이 처음보다는 가볍다. 연장아에서는 가벼운 감기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1세 이전에 발생한, RSV 세기관지염과 기관지 천식의 연관성이 계속 보고 되고 있다. 아직 선후 관계는 명확치 않으나, 기관지 천식 환자들에서, 1세 이전에 RSV 세기관지염에 걸렸던 비율이 더 높은 것은 확실한 듯하다.

또한, RSV는 조산아, 만성 폐질환 소아, 선천 심장 기형아에서 심각한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데, 최근 조산아가 늘어나고, 선천 심장 기형아들의 생존률이 높아지면서, 중요한 의학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RSV를 진단하는 검사는 모두 콧물과 같은 호흡기 분비물을 이용하여 시행한다. 크게 두 가지 검사가 있는데, 하나는 RSV의 항원을 확인하는 검사법이고, 다른 하나는, RSV의 유전자를 확인 방법이다. RSV 의 유전자를 확인하는 검사가 더 정확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3차 병원을 제외하고는 유전자 확인 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이 드물어서, 진단에 대한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RSV 감염에서 근본적 치료는 없다. 몇몇 항바이러스 요법이 시도되었으나, 뚜렷한 효과는 얻지 못했다. RSV에 의한 세기관지염이나 폐렴에 대한 기본적 치료는 보조적 치료이다. 탈수가 흔히 동반되므로, 수액치료를 해 주며, 저산소증이 발생하면, 산소를 투여한다. 그 외에 기관지 확장제 분무 치료 같은 경험적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RSV는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다만, 투여 시, 체내에서 짧은 시간동안만 지속되는 RSV에 대한 항체는 개발되어 있다. ‘시나지스’ 라는 약으로, 조산아, 선천성 심장 기형 환자같은 고위험군에서는 시나지스의 투여를 통해, RSV 감염의 빈도와 중증도를 감소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건강한 영, 유아에서 시나지스의 효과는 확실히 밝혀진 바 없다.

그러면 RSV는 어떻게 예방하여야 할까? 일반적인 감기 바이러스처럼, 개인위생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아이가 겨울철에 사람이 많은 곳을 방문할 때 마스크를 꼭 착용시키고, 손을 청결히 한다.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에서는 심한 감기 증상이 있는 환아는 격리 조치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미국에서 이루어진 폐구균 예방 접종 임상 시험에서, 폐구균 예방 접종이 RSV를 포함한 바이러스성 폐렴의 빈도를 30% 나 감소 시켰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RSV 세기관지염, 폐렴에서 더 심한 세균성 폐렴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폐구균 백신과 같은, 검증된 예방 접종은 시행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차슬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