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즈를 시작하며

최근 많은 지자체에서 마을을 다시 살리고 관광객들을 유입시키기 위한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스토리텔링'을 도입하고 있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이미지, 글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전달하는 것이다. 창조적인 이야기는 감동적이고, 심금을 울리며, 최소한의 재미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30초 내외의 광고가 전달하는 이야기는 상품을 둘러싼 개념 중심의 이야기인 경우가 많고 줄거리 이면에 상품의 의미를 중층화 시키는 전략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어쨌든 이야기가 인상적일 때 광고는 소비자에게 각인되어 오랜 시간 뇌리에 남아 있을 공산이 크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최근 지자체에도 나타나기 시작해 몇몇 마을에서는 성공한 사업으로 다시 사람들이 모이고, 지역이 활성화 되기 시작했다.

최근 관광의 형태는 과거에 주를 이루었던 단체관광에 의한 단순한 유람 및 단기방문의 행태에서 벗어나 방문지에 대한 독특한 경험과 감성적 체험 기반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이용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사회전반에 흐르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열풍과 무관하지 않으며, 특히 관광분야에서의 그 중요성은 날로 더해가는 추세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관광분야 역시 스토리텔링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대부분 그 주제가 스토리 중심의 체험프로그램 개발 또는 마케팅전략의 수단으로서의 접근에 한정되어 있다.

더욱이 주 5일제의 성공적인 정착에 힘입은 농촌관광은 마을 단위사업의 필수 사항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데 비해, 지역의 고유한 장소성과 관련된 연구는 아직 미진한 실정이며 농촌관광분야의 경우 더욱 그렀다.

산업화 시대에서 정보화 시대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관광이란 더 이상 유희의 일부로 어느 특정 소수 집단의 전유물도 아닌,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재생산을 위한 시간 또는 과정이라는 인식이 전파되면서 일상생활에서의 일탈이라는 관광 본연의 목적에 따라 그 양상과 형태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광의 변화는 탈출형 관광에서 경험을 통한 관광대상과 일체감을 느끼면서 내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목적형 관광에서 찾을 수 있다.

목적형 관광의 하나인 농촌관광은 점차 매력을 잃어가는 대중관광의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 잡으면서 청장년층의 도시 진출로 인한 인구 감소, 고령화, 소득저하, 노동력 부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농촌을 활성화시키는 실질적 대안으로 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농촌은 현대인에 있어서 전통적인 삶의 터전이자 정신적 고향으로서 각박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활하고 현대인들에게는 복잡한 도시를 떠나 농촌의 공동체와 정서를 경험 할 수 있는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아름마을, 전통테마마을, 녹색농촌체험마을, 어촌체험마을, 정보화마을 등의 단위마을로 지원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별로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의 기본원리는 상호작용성에 있다. 따라서 관광의 대상지는 상호작용성에 입각해 방문객의 감성에 맞는 체험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관광객과 관광지가 함께 만들어 가는 가치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농촌관광마을에서의 물리적 환경은 지역 공동체의 공유 재산이면서 오랜 역사를 거듭한 결과로 물리적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역의 독특한 기후, 풍습, 문화가 내재된 훌륭한 스토리텔링의 자원으로써의 가치가 충분하다 하겠다.

따라서 예천저널은 성공한 스토리텔링 마을이라고 알려진 평창군, 정읍시, 고창군, 광양시 등을 찾아 이를 통한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 봉평, 스토리텔링이 있는 경관가꾸기로 성공(1)

메밀꽃. 일반적으로 우리 한국인에게는 고향의 정취를 떠올리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메밀꽃은 경관작물로 알려지고 있다.

유채가 봄을 대표하는 경관작물이라면 메밀은 가을을 대표하는 경관작물인 셈이다. 국내 최대의 메밀 주산단지는 제주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창군 봉평면이 국내 최대의 메밀 주산단지인 것처럼 인식되는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다른 지역의 메밀이 생산이나 대단지 식재를 통한 경관조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 봉평의 메밀은 경관조성 목적도 있지만 스토리텔링과 연계시켰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가산 이효석 선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알고 있다. 직접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은 있을 것이다. 봉평은 이 소설의 무대가 되는 곳이기도 하고 이효석 선생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이곳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는 매년 ‘평창효석문화제’가 열린다. 2천7백여세대에 인구 5천8백여명이 살고 있는 이 작은 면소재지의 매년 9월에 9일간 축제에 지난해에는 34만명이 다녀간다.

첫주말에는 12만명이 찾을 정도이다.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평균적으로 본다면 주민 1명이 58명의 손님을 맞았다는 것이다.

▲ 이효석 문학선양회.

이곳 주민 김모씨(58)는 “이곳 주민들은 9월에 열리는 평창효석문화제에서 올라오는 수입으로 생업을 유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도 그럴것이 이 곳 축제는 마을 주민이 만들어가는 순수한 축제이며 문학을 테마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한 감동의 축제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철저하게 스토리텔링을 도입했다.

▲ 이효석 문학선양회.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이 태어난 곳이다. 평창이 배출한 대표적인 문인인 이효석을 기리기 위해 평창군민들은 사단법인 이효석 문학선양회를 결성하고, 문학과 자연의 만남을 주제로 매년 9월 첫째 주에 효석문화제를 개최해 오고 있다.

효석문화제는 2017년에는 9월 2일부터 10일까지 9일간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일원에서 펼쳐졌다.

▲ 축제가 열리는 효석문화마을 전경. 9월이면 메밀꽃이 피는 곳이다.

지난 1990년, 문화관광부로부터 ‘전국 제1호 문화마을’로 지정된 효석 문화마을에는 이효석생가터와 소설 속의 배경인 물레방앗간, 충주집, 가산공원, 이효석문학관, 메밀향토자료관 등이 소재하고 있다.

문화마을 지정 이후 소설 속의 물레방앗간을 복원한 평창군은 1997년부터 효석문화마을 일원에 메밀을 심는 것을 적극 장려했다. 봉평면으로 접어드는 관문부터 가을이면 하얗게 들판을 뒤덮고 있는 메밀밭을 볼 수 있는데, 행사장 주변 5만여평의 들판은 온통 메밀밭으로 조성돼 있다.

서울에서 이곳을 찾았다는 박모씨는 “지난해 9월에 오고 싶었는데 지금 왔다”면서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오면 이곳은 커다란 연극무대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스톨리텔링 기법이 반영된 ‘평창효석문화제’는 문화관광부가 선정하는 2018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