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가 공존, 활력소는 더해져”

서울 구로시장에 들어서자 입구에 아기자기하게 마련된 ‘먹자골목’에서 큰 목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왔다. 하지만 먹자골목을 지나 한복과 의류 상가로 진입하자 다니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 썰렁한 느낌이 들었다. 아직 초저녁이지만 서둘러 문을 닫은 가게도 적잖게 눈에 띄었다. 특히 의류상가 이면 골목은 인적이 끊겨 한산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이면 골목을 좀 더 걷다 보면 환하게 불을 밝히고 모여 있는 상가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영프라쟈’라 부르는 미니상가다. 가게 안에서는 활기찬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구로시장은 1970~1980년대엔 시장 골목이 터져나갈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인근에 현대적인 유통시설이 속속 들어서면서 빠르게 쇠퇴했다. 처음 이곳은 먹자골목 외에는 손님 구경을 하기 힘들 정도다.

1970년대, 일대를 한가락 휘어잡았다던 구로시장을 기억하는 건 문 닫힌 셔터들뿐. 잇단 화재까지 더해져 우범지대가 됐던 이곳은 ‘영프라쟈’라는 간판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간판에는 ‘OLD BUT NEW’라고 작게 글자가 붙어있다. 그만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리질 위기에서 구사일생해서 지난해 2015년 1월 탄생한 '구로 영프라쟈'. 젊고도 오래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이름을 '플라자'가 아닌 '프라쟈'로 했다. 그래서 찾는 사람들은 ‘오자’가 아니냐고 묻는다고 한다.

영프라쟈는 이런 구로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시장 뒤편 창고로 쓰이던 건물에 독특한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젊은 손님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것.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에는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었다.

옛 시장 건물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점도 영프라쟈가 가진 특색이다. 최근 전통시장에도 아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시설 현대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영프라쟈는 일부러 옛 건물의 셔터나 벽 등을 남겨뒀기 때문에 1970, 80년대 복고풍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곳 상인들은 영프라쟈가 지역 청춘들과 전통시장의 접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가을에 열리는 구로구 축제인 ‘점프 구로’에 영프라쟈 상인들이 총출동해서 점포를 알리기도 한다.

이곳의 젊은 사장들이 자신의 소중한 매장에 붙여놓은 말의 대부분은 “우리는 새로움만을 이야기 하지도 않습니다. 쉬운 길을 택하지도 않습니다. 쉽지 않은 길을 함께 가는 영-프라쟈의 사람들이 여기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서로를 지탱하게 할 겁니다. 자본의 힘을 잔뜩 얻은, 천편일률적인 새로운 상품만 늘어놓은 '핫플레이스'에서, 하품을 멈출 수 없던 분이라면 구로시장의 영-프라쟈를 찾아주세요. 상품의 탄생 역사, 장인의 그리고 상인의 이야기가 시작될 오래된 공간, 영-프라쟈에서 작지만 밝은 빛을 만나게 되실 거예요.”이다.